어느 사회학자의 인문학적 일기장
책 소개
축제와 공연예술의 도시 에든버러에서
우리의 문화와 서울을 고민한 어느 사회학자의 인문학적 일기장
비행기를 타고 멀리 외국까지 나갔는데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잃어버린다면?
그런데 잃어버린 가방 안에 여권과 지갑, 돈은 물론 신용카드가 전부 다 들어 있다면?
여행은커녕 그 도시에 대한 환멸부터 느끼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실제로 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 보낸 저자의 여행은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드라마처럼 시작된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대신 애써 가방을 감춰두려다 오히려 되찾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버린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반성은 저자에게 CCTV로 대표되는 부정적 '감시사회'를 긍정적 '관심사회'로 이해할 수 있는 학자적 호기심과 깨달음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런 식이다.
이 책은 한 사회학자가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축제와 공연문화의 도시로 잘 알려진 에든버러를 일주일간 여행한 경험담과 함께, 이를 통해 우리문화에 대한 고민과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인문학적 일기장 같은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다. 짧은 여행이지만 저자는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사회학자로서의 문화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이 책에는 여행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개인적 성찰과 프린지 페스티벌로 유명한 도시 에든버러와 서울의 축제문화에 대한 비교에 이르기까지, 불과 일주일의 기록을 담은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가벼운 여행서적들이 지나치게 범람하는 이 시대에 한 권쯤 꼭 필요한 책이다.
작가소개
저자 : 유승호
사회학 박사.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마쳤다. 현재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교수 및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한국사회 이야기주머니>, <달콤살벌한 문화이야기>, <디지털시대와 문화콘텐츠>, <디지털시대의 영상과 문화>, <문화도시: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이 있다. 창의도시포럼 대표와 한국문화경제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작가의 말
그래서 에든버러는 글의 출발점일 뿐이다.
에든버러에서 출발해 어딘가로 가는 나의 성찰 여행이다.
이 책은 에든버러의 여행기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 여행기가 아니다. 에든버러에서 보고 느낀 것을 여행 중에 쓴 글이기 때문에 여행기이지만, 일반적인 여행기처럼 여행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에든버러라는 도시를 매개로 우리의 문화와 문화산업, 도시발전에 대한 나의 상념을 담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여행스타일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 글이기도 하다. 여행을 통해 그 지역의 풍광과 역사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인생 그리고 생각을 돌아보는, 성찰의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점에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기보다는 문화에세이이다. 여행지에 대한 객관적인 여행정보자료는 넘쳐난다. 구글이나 블로거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책에 담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또 에든버러를 완전히 벗어난 상상력의 글은 아니다. 이 책은 에든버러가 배태한, 인간이 땅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생하고 멸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에든버러는 글의 출발점일 뿐이다. 에든버러에서 출발해 어딘가로 가는 나의 성찰 여행이다.
책 속으로
에든버러는 감성과 흔적의 도시다. 사랑에 쿨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후회하고 아파하는,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여자를 찾지 못하는 진득한 로맨티스트다. <139P>
에든버러는 배타와 폭력의 시대에 자연과 소통하며 조심스레 즐길 줄 아는 고슴도치의 사랑 같은 '착한 도시'다. <100P>
자기 노출은 이제 자기 보호를 위한 또 하나의 역감시다. 선진국이란 민주적 정부를 가진 곳이고, 민주적 정부란 이렇게 자기 노출을 한 사람을 보호하는 국가이다. 후진국은 자기 노출을 한 사람에게 갈취와 불이익이 갈 가능성이 높이지만, 선진국은 노출한 자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선진복지국가는 모든 소비와 소득을 투명하게 공개한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가도록 사회시스템을 짜는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15P>
젊음은 여행이다. 아우라는 여행하지 않는다. 아우라는 '바로 그곳'에만 있다. '진정한 위스키'는 여행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바로 그곳에 있다. 박스에 실려 비행기 타고 배 타고 모방하고 난 뒤 우리 손에 닿은 위스키에 어찌 아우라가 있겠는가. 그때의 위스키는 스토리도 없고, 역사도 없는 그냥 단순한 술일 뿐. 젊음은 아우라를 느끼고 흡입하는 것이다. 아우라를 느끼려면 그곳에 가야 한다. 모험심으로 새로운 공간을 개척해보는, 비록 경험자아는 불행하나, 기억 자아에게는 풍요로운 추억을 주는 여행, 그 흔적을 통해 인생은 따뜻해지고 웃음은 여유로워진다. <143p>
내 가시를 갖고 다른 사람을 껴안으려 한다면 나도 다치고 다른 이도 다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가시를 보이는 가시로 바꾸는 편이 분명 더 나을 것이다. 인간의 진화는 그 가시를 뇌에 심었다. 다른 동물들은 가지지 못한, 인간만이 갖는 감정이입(empathy)의 정신적 능력은 그 많은 문명을 가능케 했다. 문명의 본질은 감정이입이다. 타인의 마음을 나의 마음처럼, 그러나 동시에 나의 마음을 타인의 마음과 동일시하지 않는, 관조하고 성찰하는 인간의 능력을 찬탄하는 바이다.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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